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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한겨레출판 본문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나른하고 몽글몽글 한 제목이 눈에 띈다.
혼자 남은 밤, 그 곁의 책이라니!
당장 뽑아 들어보니
표지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은은한 그림.
책의 제목과 디자인도 도서 선택에 큰 몫을 차지 한다는....
(내용까지 좋으면 사야겠다고 이 때 생각했다!!!! 그,러,나, 소장은 패스ㅋㅋㅋ)
여러 동서양의 그림 중 책이 등장하는 그림을 선정해 그에 대한 사실에 작가의 상상을 덧붙여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 기대와는 다르게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내용은 그럭저럭.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과 이야기들을 볼 수 있어서 괜찮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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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갈수록 올곧지 않아야 어리석어지지 않는다. 올곧다는 건 '바르고 곧다'는 뜻. 여기에서 '올곧지 않아야 한다'는 건 '나야말로 바르고 곧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나 자신의 노년과 내 주변 사람들이 두루 평안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어리숙할 뿐,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어리석음은 연장자의 몫이다. 노년의 가장 큰 어리석음은 젊은이들이 어리석다고 여기는 어리석음이다.
문학계는 물론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여류(女流)'로 일컬어지던 시대가 있었다. 여성 작가가 '여류 작가'로, 여성 작가의 문학 활동과 작품을 '여류 문학'으로, 미술계에서는 여성 화가를 '여류 화가'로, 바둑계라면 여성 기사를 '여류 기사'로 지칭했던 것. 국어사전에 따르면 여류는 '어떤 전문적인 일에 능숙한 여자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 어떤 전문적인 일에 능숙한 남자를 이르는 말'로서의 남류(男流)는 없다.
이것은 여성에게는 전문성의 잣대 외에 성(性) 또는 젠더(gender)의 잣대가 하나 더 있다는 뜻이다. 여성이 어느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활동하더라도 전문성의 잣대로만 평가되지 않고, '여성'이라는 측면을 다분히 차별적인 뉘앙스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여류 특유의 섬세함'이니 '여류 특유의 감수성'이니 하는 말은 여성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차별적이다.
'여류'라는 표현이 아니어도 '여성 특유의 섬세한' 따위 표현을 쓰는 사람이 여전히 드물지 않다. 나는 내 아내를 비롯하여 나보다 섬세하지 않은 여성을 제법 많이 안다. 섬세함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 성별에 따른 차이가 아니다. 설령 그런 면이 보이더라도 그건 역사적으로 여성이 섬세함이 요구되는 일에 더 자주 투입되어 온 결과일 뿐이다. 여성이 섬세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더 자주 맡았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인 것을 자꾸만 자연적인 것으로, 예컨데 "여자는 본래 그래!" 식으로 착각하지 말자.
고독은 작은 빛의 은혜에 의해 구체적인 것이 된다. 불꽃은 몽상가의 고독을 비추고, 또 그것을 사색하는 이마를 빛나게 한다. 촛불은 백지(白紙)의 페이지의 별이다. - 인용글 : 가스통 바슐라르 [촛불의 미학], 문예출판사
책 버리기는 책에 얽힌 추억과 경험을 지우는 일이기에 고통스럽다. 책 버리기는 그 추억과 경험의 짐을 덜어내는 일이기에 즐겁다. 많은 사람이 독서의 효용을 말하지만 책 버리는 것, 즉 기서(棄書)도 효용이 있다. 책을 버리면서 마음을 비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고라는 행위 자체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내 손 밑에서, 내 압축기 안에서 희귀한 책들이 죽어가지만 그 흐름을 막을 길이 없다. 나는 상냥한 도살자에 불과하다. 책은 내게 파괴의 기쁨과 맛을 가르쳐주었다. - 인용글 :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문학동네
타인을 아는 것과 자기 자신을 아는 것 가운데 어는 쪽이 더 어려울까? 쉽게 답하기 힘들다. 독서는 세상과 타인을 좀 더 깊이 넣게 이해하도록 도와주지만, 그것의 가장 깊은 차원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중략...... 독서는 곧 자기 성찰이다.
우리는 내 생각을 나의 말과 글로 나타낼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자유를 실제로 행사하지 않는다면, 나도 모르게 남의 말과 글에 지배당해 결국 생각과 행동을 지배당하기 십상이다. 감히 말하기를, 쓰기를 주저하지 말 일이다.
"다음 권도 읽을래? 줄까?"
"아니, 아니, 됐어. 아껴 읽어야지."
"아껴 읽긴! 이미 몇 번이나 읽었잖아."
"멋진 남자를 한 번만 만나는 법이 있나? 그건 아니지."
"하긴, 그건 아니지."
"만날 때마다 새로운 남자, 그래서 늘 두근두근 기대되는 남자. 한꺼번에 다 알기보단 조금씩 알아가고픈 남자. 사랑의 기교가 참 다양한 남자. 뻔한 얘기도 생생하게 이야기하는 남자. 끝났어도 되돌릴 수 있는 남자. 그런 남자 어디 없을까? 이 책처럼, 이야기처럼 말이지."
"욕심하고는. 이런 남자는 많은데 말이지. 함께 밤을 지낸 뒤 무슨 급한 일이라도 갑자기 생각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옷을 입고, '에헴,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이다' 말하는 남자."
"말만 들어도 끔찍해. 잠에서 깬 뒤에도 계속 누워 있으면서 일어나기 싫다는 듯 우물쭈물하고 있어야지. '날이 밝았어요. 다른 사람 눈에 띄기라고 하면...' 여자의 이런 재촉을 듣고서야 한숨 내쉬며 일어나야지."
"일어나서도 곧바로 옷 입지 않고 우두커니 생각에 잠겼다가 지난밤의 일을 귓가에 속삭인 뒤 천천히 옷을 입어야지. 낮 동안 못 보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속삭이고 일어나야지."
"그런 남자 만나본 적 있어?"
"있지. 책 속에서."
- 인용글 : 세이쇼나곤 [마쿠라노소노시], 갑인공방 '새벽에 헤어지는 법'의 일부를 대화체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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