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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Jan.2023] 오르비에또, 이탈리아 본문

여행과 기록

[2.Jan.2023] 오르비에또, 이탈리아

쭹- 2023. 4. 28. 15:24

2023.01.02. Orvieto, Italy

바티칸 소속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수로 계시는 신부님 찬스가 있는 날. 약속한 장소로 시간맞춰 나가서 준비해주신 오르비에또로 가는 기차를 탔다. 완행열차에 지정석이 아니라서 자리가 어수선했지만 자리를 잡고 앉아 한시간 반을 졸다보니 도착. 역 바로 앞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2분만에 더 높은 곳에 있는오르비에또에 도착해 내려보니 옆에 성벽의 망루가 있어 가본다. 안개낀 날씨의 높지 않은 산들이 신비로워 보였다. 스페인의 론다가 생각나는 곳이다.

망루에서 내려와 오르비에또 두오모로 향한다. 가다가 작은 성당이 하나 보여 들렀는데 역시 신부님이라 설명 자체가 다르다. 무언가를 자세히 알 수 있어 매우 기대되는 가이드님이시다!

메인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종탑 겸 시계탑이 있고 거기에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다가 보니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성당의 위용과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화려한 모자이크들과 조각, 부조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렇게 화려한 얼굴을 가진 성당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측면과 후면 부분은 아랍 양식처럼 흑과 백 줄 무늬로 되어 있어서 정말 색달랐다.

’1200년대부터 1600년대까지 만들어졌어요‘부터 시작된 신부님의 그림와 조각의 의미에 대한 설명!!!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다. 책에서나마 교회미술의 상징과 의미를 여러 번 접하기는 했어도 그게 어떻게 기억이 잘 나겠는가!!! 성모의 현실 모습, 승천하는 모습, 천국에서 왕관을 받고 있는 모습을 비롯해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이 성당과 관려된 교황들, 아담과 이브의 창조부터 최후의 심판 까지… 한없이 바라봐도 이야기가 계속 나올 것 같다. 목이 꺾일 것 같아 그만 보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본다.

돔이 없고 넓고 단순한 형태의 바실리카, 제단의 스테인드 글래스와 프레스코화, 장미 문양 창문, 흙을 발라놓은 듯한 반투명 유리가 특이하다. 제단의 왼쪽 날개에 보관된 성물 이야기. 예수님의 존재를 의심했던 한 신부에게 나타난 예수님의 성혈, 성체인 빵에서 피가 흘러나왔었는데 그 밑에 있던 손수건 같은 포에 성혈이 묻어 지금도 그 포를 제단 위에 모신단다. 이 지역에 교황이 있었을 때 성물을 이곳에 두자 하여 여기에 있다고.

제단 오른쪽 날개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보다 30년 더 빠르게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빼곡한 방이다. 이미 아들의 시체를 해부해 인간의 뼈와 근육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공부한 루카 시뇨렐리의 그림은 탄탄한 근육을 가진 여러 군상과 예수님 등이 표현하고 있었고, 다채로운 색감,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림 속 인물들은 일러스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왼쪽 벽면의 중앙 정도에 당당히 서 있는 남자가 제일 맘에 들었다 ㅋ 검은 옷을 입고 관람객을 응시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왠지 자화상 같았다. (나중에 보니 정말 본인을 그려 넣은 거라고…)

배가고파 오르비에또를 이리저리 누비고 다녔는데 평점을 중요시 하는 신부님 덕분에 점심이 더 늦어졌다. 다행히 고즈넉하고 깨끗한 곳에서 발견한 Charile 라는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가 피자와 송아지고기 요리, 고기 파스타를 시켰는데 피자은 독특한 도우를 가진 처음 보는 피자형태였는데 맛이 꽤나 좋았다. 소 구이 요리도 간 고기 파스타도 처음 먹어보는 모양들이었지만 다 맛있어서 성공적인 점심이었다.

점심 후 다시 성당으로 돌아가며 골목골목의 아기자기한 갬성을 느껴본다. 성당에서는 못 봤던 박물관의 그림과 진품 조각들, 지하 공간 등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섯시 반 기차로 로마 떼르미니 역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대접하시겠다며 바티칸 그레고리오 대학의 교수식당(?)을 데리고 가주셨다. 대학의 휴일이고 늦은 시간이라 육중한 대학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물이 온통 어둡다. 그래도 이곳저곳을 열어주시며 설명을 해주신다. 강의실이 매우 현대적이어서 실망(?)감이… 

모두 신부님들이 교수님들이라 공동체라고 부르는 생활을 하고 계신다 하는데, 굳이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기숙사 쯤 인 듯 하다. 저녁은 뷔페 식으로 스프 파스타 채소 살라미 치즈 각종 음식들을 테이블로 가져와 먹는 식이었고, 특이한 점은 생맥주 탭이 있다는 것, 와인이 병째로 테이블마다 놓여 있다는 점이었다(와인이 매우 괜찮았다!!)

작은 응접실(?) 같은 곳으로 가서 얘기를 나누다가 신부님과 인사를 나누고 밤의 트래비 분수를 구경한 다음 숙소로 돌아와 역시 빠르게 잠에 들어버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