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숙소에서 하루가 더 남아서 나의 바이블.. 론리를 뒤적여본다. 나폴리 남쪽, 폼페이 보다 조금 위쪽에 비교적 근래에 발견되고 발굴된 헤르쿨라네움이라는 고대 도시가 하나 있었고, 살레르노 보다 더 남쪽에 파에스툼 이라는 고대 신전이 있다는 유적지가 눈에 띄었는데 왠지 가보고 싶은 이름들이라 가보기로!
반도를 돌지 않고 가로질러 가니 사십분 만에 폼페이를 지나 헤르쿨라네움에 도착. 주차장도 완비되어 있어 참 좋네! 경주처럼 주변에 일반 주택과 상점이 있는 도시의 한복판에 꺼진 땅 처럼 저 밑에 옛 도시가 복원되어 있었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역시 이 도시도 화산재에 뭍혀버렸고 발굴될때는 화산재로 3-4미터가 덮여있었다고 한다. 입구는 폼페이와 같은 항구 쪽 성벽이었는데 보트를 보관하는 아치형 구조물이 매우 잘 남아있었다. 여기를 발굴할 때 시신 300여구가 발견되었는데 화산이 폭발하자 다들 보트를 타고 바다로 탈출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지만 순식간에 400-500도로 오른 온도 때문에 피가 끓어 죽었다고 한다. 그들의 상태가 히로시마 원폭의 시신들과 비슷하다했다. 마지막에 들른 박물관에는 발견된 9미터 정도의 보트와 금은보화를 챙겨서 탈출하다가 죽은 유해를 발굴해 놓은 사진이 있었다.. 이천년전 사람이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건축물을 보는 것과는 다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매우 잘 남겨진 건축물들과 화려한 모자이크 장식들, 부유한 저택들의 모습 등 폼페이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유적지를 보고 나와 점심과 커피를 먹고 아랫쪽 다른 유적지를 향한다.
고대 그리스의 신전이 매우 잘 남아 있는 파에스툼. 유적지 근처에 주차를 하고 유적지 쪽으로 걸어가는데 조금씩 보이는 거대한 신전이 탄성을 자아냈다. 기원전 건축물들이라 주거지는 허리 높이 아래 정도까지의 벽체들만 복원이 되어 있었지만 세 개의 신전은 달랐다. 거대고 하얀 그리스의 신전은 초록의 잔디밭, 파란 하늘, 한때는 어느 건물의 벽이었던 돌들을 배경으로 우아하게 서있었다. 신전의 안 까지 들어가서 거닐 수 있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너무 신이난 나머지 사진만 백만장을…
제일 거대한 넵튠(포세이돈) 신전, 그 옆 단정한 헤라 신전을 보고 저 멀리 아테나 신전까지 걸으며 주거지와 광장터 등을 보고 있었다.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다가 뭉게뭉게 구름에 가리워져 있었는데 바다 아래로 떨어지기 전 갑자기 튀어나와 온 유적지를 붉게 타오르게 만들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스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 유적지 근처에 있는 물소 목장에 방문. 차에서 내리니 소똥냄새!!! 바로 옆에 물소들이 여물을 먹고 있다. 이 지역에서 모짜렐라 치즈가 처음 만들어졌다하여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물소젖으로 만드는 다양한 제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리코타 치즈, 버터, 모짜렐라(당연히!) 치즈, 깜빠냐 지역 레드, 로제 와인 두 병을 구입하고 옆 카페에서 요기를 하며 쉬었다.
조금 기울어진, 아직도 밝은 달이 구름에 가렸다 나왔다를 하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을 배웅해주었고 도착해 맛본 리코타 치즈와 모짜렐라는 우리를 땅을 치게 만들었다.. 더 사올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