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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기록

[31.Jul.2023] Day3 발리-렘봉안

쭹- 2023. 8. 24. 19:56

2023.07.31. 발리 03

하... 할 말 참 많은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욕실에서 민지가 사부작 거리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런닝런닝 노래를 부르더니 좀 뛰고 와서 씻나보다.. 하고 더 누워 뒤척이다가 일어나 양치를 시작했다.. 입에 거품은 늘어나는데 좀처럼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민지... 거품이 차오르다 못해 흘러나와서 욕실문을 똑똑 두드렸는데 문 뒤에서 백만년 억울했던 것 같은 목소리에 이어 울상의 얼굴이 문을 빠꼼이 열어 보인다.

그런데!!!!   와... 이게 뭐야... 데쟈뷰야??
6년 전 그날도 민지는 저 멀리 길을 따라 내려오다 오토바이를 멈추고 여기저기 피를 흘리며 저렇게 날 바라봤는데!!!!

일출을 보며 최고의 기분으로 즐겁게 런닝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다며 팔이며 다리에 상처가 잔뜩이고 다리까지 절뚝인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갈아버린 팔뚝과 무릎을 소독도 해주고, 연고도 발라준다. 그래도 다이빙은 하겠다는 불굴의 의지... 걱정되면서도 겁나게 웃기는 이 웃픈 기분을 누가 알리요!? 절름발이가 되어 다이빙 센터로 절뚝이며 출발!🤣

첫 다이빙은 페니다 섬의 북부 슬로프와 드롭지대에서 우리 셋과 가이드, 동양여자 한명이 한 팀이 되어 입수했다. 약간의 조류를 타고 오랫만에 열대 물고기들을 살피며 고프로 영상을 찍어본다. 흰동가리 가족들이 여기저기 말미잘을 차지하고 있어 귀여운 포인트다. 꼬북이도 만나고 갯민숭이도 보며 다들 상태가 괜찮아 보였는데, 갑자기 올라가자고 한다. 둘러보니 팔모가 공기를 많이 소모한 것 같다. SMB를 띄워 천천히 상승하고 안전정지를 하는데 어느순간 동양 여자를 보니 릴줄이 풀리며 릴이 저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설상가상 조금 있으니 가이드의 SMB 릴 줄도 팔모와 가이드 공기통과 BCD에 점점 엉키고 점점 물속은 아수라장으로…!!  흰줄을 칭칭 감고 있는 가이드랑 팔모.. 옆에서 풀린 줄 허둥거리며 모으는 여자😭 나까지 엉키면 끝장난다는 생각으로 살살 피해 주위를 돌며 여자 릴  건져주고 두 남자에게 엉킨 줄 풀어가며 상승… 난리난리 부르스 였다.. 밧줄로 꽁꽁 장면을 고프로로 찍었어야하는데 줄 풀어주는데 정신 팔려서 못찍어 놓은게 한이로다!!

출수하자마자 더욱 뜨악하는 일이 있었으니.. 민지의 접지른 발목이 첫 다이빙을 진행하는 동안 풍선마냥 부풀어올라 있었던 것!😱 가만히 쉬었어도 모자라는 다친 부분으로 열심히 핀질을 하고 있었으니...!! 민지는 결국 두번째 다이빙은 포기하고 선상에서 쉬기로 한다. 또한, 팔모는 작았던 슈트 때문에 가슴 압박이 심해 과호흡을 하는 바람에 공기를 많이 소모해 일찍 나온 탓을 백만 번 사죄했지만 용서할 우리가 아니지! 앞으로 두고두고 놀려먹을테다 이 공기먹는 하마야! 에헤헤헤🤪

두 번째 다이빙도 약한 조류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꼬북이와 뿔복 등을 구경하다가 출수하기 전 넓고 얕은 지대로 왔는데 하늘하늘한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연산호 군락이 평화롭고 멋있었다. 어쩐지 평화롭다 했더니 릴줄을 떨군 가이드님.. 덕분에 다시한 번 심장이 쫄깃해지나 했지만 다행이 내 앞쪽 밑으로 떨어지고 있어 얼른 줍줍해 주어서 상황 클리어 후 출수하여 다이브 센터로 돌아왔다.

점심으로 평점이 매우 높은 발리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사테와 나시짬뿌르를 맛나게 먹고 도넛가게에 출근도장을 찍은 다음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병원으로 향한다. 발목의 상태를 어떻게든 나아지게 해보려고 도착한 병원은 병원이 아닌 보건소 같은 곳... 진료는 물건너 갔지만 압박붕대와 이부프로펜을 구할 수 있어서 우리의 의사 팔모샘이 그동안 전문의로써 갈고닦은 실력으로 붕대를 감아주었고, 줄것은 몸뚱아리 밖에 없는 내가 오토바이 뒤에 민지를 태우사 렘봉안 밑 작은 섬 체닝안으로 탐험을 떠나기로 한다.

마침 발리와 주변 섬에서는 조상의 영혼 땅에 내려온다는 Galungan 축제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준비가 한창이었다. 흰 망사와 살롱을 타이트하게 입은 아름다운 여인들은 소쿠리에 꽃잎과 향 등을 마을의 가장 큰 사원에 연신 바치고 있었고, 역시 하얀 셔츠와 살롱에 맞추어 하얀 모자를 귀엽게 쓴 남자들은 무언가 큰 짐들을 나르기도 하고 항아리를 들고다니기도 했다. 분주한 거리를 지나 차가 지나갈 수 없는 좁다란 노란 현수교를 아슬아슬하게 오토바이로 건너 체닝안 섬에 도착. 북쪽의 어떤 포인트를 찍고 가보았는데 렘봉안과 체닝안 사이의 좁은 채널을 지나다니는 보트만 간간히 있을 뿐 별게 없었다. 뭐가 더 없을까 지도를 찾아보니 섬의 반대편에 블루라룬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보기로! 이왕 가는 김에 시계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자 하며 더 먼 길을 택했었는데.. 아뿔사... 오르막길이 이어지더니 이후엔 아예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승모근 바짝 세우고 열심히 비포장도로를 달리는데 왼쪽편에 Bar라고 써진 가게가 하나 나타났다. 열심히 달렸던 터라 목 좀 축이고 갈까 싶어 들어가보았는데, 이게 왠걸! 매우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수영장이 떡하니 있는 Bar가 아닌가!!! 이런 행운이 오다니! 다들 신나서 빈땅을 시켜 한 모금 했는데, 와! 이건 또 뭐지? 반 슬러시 상태일 정도의 머리 쨍한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들어온다... 이후로도 이런 시원한 맥주는 만나지 못했었지...  

훌렁 옷을 벗고 수영장으로 들어가 멀리 페니다 섬과 사이의 바다 절경을 듬뿍 감상하며 수다를 떨어본다. 여기가 천국이로구나~ 발리에서 생긴일로 한참을 수다를 떨다가 떨치고 일어나 블루라군쪽으로 오토바이를 향했다. 어느덧 해가 뉘엇하는 시간이되어 도착한 뷰포인트에서는 멀리 절벽아래 대양에서 오는 파도를 잡고있는 서퍼들이 있었고, 한동안 멋진 그들의 파도타기를 바라보다가 돌아왔다.

오는 길에 사테구이집에서 꼬치 50개를 구입해 숙소로 돌아와 사테와 도넛을 안주삼아 숙소 맥주를 거덜 내며 오늘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