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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종주와 여행(2018.10.06-09) 본문
대망의 주말이 오고야 말았다.
<여행의 1일차>
민지를 만나 상의를 해본 결과, 오늘 밤에 출발해서 속초에서 자고 새벽에 일찍 등산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산에서 먹을 음식을 정하고 장을 봐서 짐을 꾸린 후 출발~
고양(백석) 터미널에서 속초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18시 30분 버스, 신나게 달리는 버스에서 맥쥬를 꿀꺽꿀꺽,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도 소세지와 핫팩, 맥쥬를 산다...
사실 우리 짐의 9할이 먹을 것인데...ㅋㅋㅋ
버스가 막히지도 않고 쌩쌩 달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터미널로 안내했다.
버스 안에서는 검색해둔 게스트하우스에 가보니 외국인 세 명이 왈라왈라 하고 있고, 잘 웃는 숙소 아저씨는 속초 안내를 하시겠다며 지도를 가져오신다. 하나하나 설명하시는데, 다... 가보았네요.... 하다가 하나 얻어 걸렸다. 포차거리..ㅋㅋㅋ
짐을 내려놓고 당장 포차거리로 향한다. 생골뱅이로 무친다는 골뱅이 무침을 시켜놓고 새콤달콤한 맛과 기분에 취해 즐겁게 맥주로 달린다... 배가 터질 것 같다.... 그래도 내일 산행이라 자제하고 들어와 잠을 청해보는데 넘나 배부른 나머지 잠을 설쳤다 ㅠㅠ
<여행 2일차-산행 1일>
드디어 산행 시작이다.
설악동-비선대-금강문-마등령-공룡능선-휘운각대피소-소청봉-소청대피소 까지 가는 설악산 등반 끝판왕 코스이다.
다 더해보니 장장 13.2km다. 10시간 이상 걸릴 듯..
밤에 만나 새벽 6시에 예약해놓은 택시 할아배가 안온다. 전화도 안받아 딴 택시를 타고 설악동 매표소 앞에서 내린다. 국립공원 요금은 몇백만년전에 없어졌지만 가지도 않을 절 때메 문화재료를 뜯긴다... 그것도 현금으로...망할...

(설악동 소공원-비선대 : 3.0km, 50분)
그래도 이제 시작이니깐 이제부터 신나게 걷는다. 날씨가 끝장난다. 태풍이 모든 구름을 다 가져가버렸나보다.
비선대까지는 중학교때 수학여행과 가족여행으로도 와봤던 곳이라 경치에 감탄하며 슬렁슬렁 걷는다. 비가 많이 왔었는지라 계곡에 물도 많아서 흘러가는 물소리가 쾌청하다.
4~50분을 걸어 비선대에 오른다. 어쩜 옛 사람들은 낙서도 이렇게 멋들어지게 해 놓았나 몰라...

다리를 건너 드디어 진짜 산행 정비를 한다. 등산화를 꽉 조이고, 스틱을 맞추고, 바람막이를 벗어 허리에 묶는다. 그리고는 가장 어려운 길임을 나타내는 검정색 등산코스에 진입한다.
(비선대-마등령 : 3.5km, 3시간 10분)
머리 위에는 미륵봉이 나를 굽어보고 있고 그 중간쯔음 금강굴에 올라가는 철제 다리가 놓여있다. 가본 곳이라 힘들게 올라가야 함을 알고 있다 ㅠㅠ 좁은 돌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60도도 넘을 것 같은 경사로를 힘겹게 올라가다가 금강굴과 마등령 갈림길이 나온다. 금강굴은 가봤으니 안녕~ 하고 마등령 쪽 돌길로 계속 올라간다. 미륵봉이 완전 바위 봉이라 그 뒤에 있는 산등선으로 올라가는데 힘을 쏙~ 뺀다. 머리 위에서 먼저 오른 자의 와아~~ 소리가 울린다.

뭔가 끝일 것만 같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멀리 바다와 함께,,, 하지만 이건 시작게 불과하다... 산의 능선을 따라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오른쪽에는 울산바위가 장엄하게 펼쳐져 있고, 왼쪽에는 공룡능선이 보인다. 금강굴에 오르는 곳 부터 단풍이 심상치 않더니 능선에는 단풍이 절정이다.. 평지는 없고, 계속 돌을 오르락 내리락,, ㅎㄷㄷ 그래도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기운차게 등산과 풍경을 감상하며 오른다. 중간중간 마등령 삼거리에 대한 남은 거리가 표시 되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 엄청 힘들게 멀리 온 것 같은데 겨우 200미터 왔고,, 이게 뭥미~~ 배가 고파온다. 그냥 올라가다가 쓰러진 나무를 의자삼아 소세지와 쪼꼬바를 냠냠 먹어치운다.
십오분 쯤 앉아서 올라오시는 분들과 인사하고 얘기도 나눈다. 어디까지 가는지 물어보시기에 공룡타고 소청대피소까지 간다고 하니 모두들 어떻게 대피소를 예약했느냐며 운도 좋다 한다. 그리고 어제의 태풍 때문에 천불동 계곡은 아직 입산금지가 해제 되지 않았고, 공룡능선은 오늘 새벽 6시에 해지가 되었다는 신비로운 얘기를 해주신다. 운도 좋지.. 걍 왔는데 딱 그때 입산금지가 해지 되었다니!!! 꺄오~ 기분이 한 층 업그레이드 된다. 그래도 기분 만으로는 산을 이길수는 없는가?!!ㅠㅠ 끊임없는 오르막 내리막... 인생의 굴곡처럼 마등령 삼거리 가는 길은 넘나 멀었다...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까악까악 거린다. 가까이에서 보니 등치가 엄청 크다. 하.. 너는 날갯짓 몇 번이면 대청봉까지 가겠지...? 부럽구나부러워~~~ 결국 3시간 10분 코스라고 써있었지만 4시간 쯤 걸려서 마등령에 올랐다.
(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대피소 : 5.1km, 5시간)
마등령에 오르니 세찬 바람이 계곡에서 올라온다. 눈앞에 펼쳐지는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의 장관에 어르신들 소리지르고 사진을 찍는다... 우린 배를 채우며 쉰 관계로 풍경만 스윽 둘러보고 바로 출발!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하나 오르고 나니 바로 기대고대하던 공룡능선이다!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 모습이다. 여러 봉들이 기암괴석으로 이어져있고 그 바위들은 엄청나게 뾰족뾰족해서 저기를 어떻게 갈까 싶다. 한 봉우리를 여러 형태의 돌 계단과 밧줄을 이용해 기어올라 어렵사리 오르면 다시 깎아지는 듯한 낭떠러지 길이 나오며 우리를 다음 봉우리로 안내한다. 밧줄에 의지해 내려가고, 또 다시 오르기... 이게 몇 번을 반복되는지... 그래도 오르고 내리고 하는 도중에 잠쉬 쉬며 앞, 뒤, 양 옆을 보면, 키야~~~~ 이래서 설악설악~ 하는 구나를 백만번 외치게 되는 절경이니....

마등령 오를 때 부터 여러 번 마주친 혼자 오신 아저씨는 초짜인 우리에게 훈수 두는 맛을 알아버리신 듯 한데... 여튼 하시는 말씀이, 본인이 설악산에 여섯번 째 왔는데, 오늘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은 처음이란다. 매번 설악동 쪽의 천불동 계곡에는 구름이 꽉 들어차 있고, 바람이 불어서 구름을 밀어주면 간간히 사이사이를 본 적 밖에 없다고 한다... 처음 온 처자들 운이 넘나 좋다는 말만 만날때마나 백만번(아저씨 운이 나쁘신.....ㅋ) 소청 대피소 예약 했다니깐 더 깜놀하며 자기는 오늘 것도 시도했었는데 떨어져서 중청에서 잔다는데 우리들은 운도 좋다고 또 백만번... 여튼 고맙슙니당..
공룡능선은 계속 오르막만 있는 길보다 버라이어티해서 좋았다. (민지는 낭떠러지 가까운 내리막길이 위험해서 싫다고 했음) 어떻게 여기 위에까지 올라와서 이런 정비를 했을까 싶은 돌계단으로 된 길들도 있었고, 거대한 바위에 금속 봉을 박아 놓고 거기에 줄을 달아 놓아 잡고 오르거나 내리게 한 길(길....인가? 잡지 않으면 갈 수 없다!!!! 그게 길이냐?! ㅋㅋ)도 있고, 한 발짝만 옆으로 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로 사라질 것만 같은 좁은 능선의 꼭대기 길도 있고, 정신줄 놓으면 원샷원킬... 이래서 어려운 코스구나...싶었다. 봉우리의 높은 바위에 섰을 때는 바람을 조심해야 한다.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바람이(동쪽 서쪽 어느 쪽에서나,,,)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바람에 떠밀릴 수도 있을 정도이다.
장장 5km, 5시간이 걸리는 길이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집중해서 산을 탔다. 거대한 바위 사이 바람이 넘어가는 능선에서 간식도 먹었다.(우리... 넘나 부실하다... 저녁에만 촛점을 맞추어 낮동안 제대로된 식사를 안했다-이거슨,,, 뒷심 부족의 원인!!) 공룡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에 오르고 보니 뒷쪽으로는 뾰족뾰족한 공룡능선이 펼쳐저 보였고, 앞쪽으로는 소청, 중청, 대청봉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정말 느낌이 다르다.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은 정말 전형적인 악산의 모습이었고, 소,중,대청봉은 푸근한 지리산 같은 느낌이다.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함의 아름다움, 이게 설악산의 매력인것 같다. 공룡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에서는 같이 사진 찍어주자던 훈수 아저씨가 기다리고 계셨다. 그분이 사진 찍는데 도사(?!??!!??)라는 다른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전형적인 산악회 포즈로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서는 저 멀리 아랫쪽에 보이는 휘운각 대피소로 마지막 긴~~~~~ 내리막길을 내딛는다.

넘나 많이 내려와서 더 두려워진(고만큼 또 올라가야 하쟈냐~~~~ ㅠㅠ) 마음으로 휘운각 대피소에 도착한다. 4시가 조금 넘었고, 해는 6시가 넘으면 질 것 같은데 마음이 다급하다. 사진찍어준 아저씨 말로는 공룡 마지막 봉에서 소청까지 3시간이 걸린다고 하고, 훈수 아저씨는 휘운각에서 1시간이면 올라간다고 하고, 중간에 만난 사람은 2시간은 걸리지 않을까요? 하고,,, 다들 제각각이다... ㅎㅎㅎㅎㅎ 귤과 쪼꼴렛을 까먹으며 지친 몸을 잠시 쉰다. 그리고는 4시 40분, 출발한다.
(희운각 대피소-소청봉 : 1.7km, 2시간)
휘운각 대피소 앞의 철제 구름다리를 넘어 계단을 오른다. 끝없는 계단이 이어져있다. 하늘이 보이는 저 계단만 오르면 끝이 날까....? 하는 기대는 올라서면 어림도 없다는 듯 다른 계단으로 이어지고, 철제 계단이 없어지면 다시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역시 간간이 밧줄도 있지만 공룡능선처럼 기어올라가야 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이미 10시간을 걸어온 우리는 천~~~~~천~~~~~~히 하나하나의 계단에 발자국을 새기며 올라간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내려오는 분들에게 너뎃번은 물어본 듯 하다... 얼마나 더 가야하냐며... 다들 미안하고 안쓰러워 하며 더 가야 한다는..말만ㅋㅋㅋㅋ 중간쯤 올라와서는 대피소에서 먹을 우리의 음료를 잠시 정비한다. 한 모금에 천국이 있다 ㅋㅋㅋㅋㅋ 이 뒤로 나는 거의 좀비가 되어 정신이 몽롱한 채, 흔들거리며 소청에 올랐다. 해는 이미 산 넘어로 모습을 감추었지만 남겨놓은 진한 빛의 노을이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앞으로 400미터! 대피소까지 얼른가서 뭐 좀 먹자 쫌!!!

(소청봉-소청대피소 : 0.4km, )
그러나,,, 400미터 왜케 먼거임?! 훈수 아저씨가 소청에서 대피소 내려갈 때 아마 가도가도 대피소가 안나올꺼라는 예언을 했는데 그말이 정말 이루어지고 있었음... 흐..... 좀비 상태로 후달달달 다리 떨며 돌계단을 내리고 또 내려 드뎌 도착,,, 우리가 예약자 중 마지막 도착자래.... 6시 15분쯤... 이미 취사실은 만석이고, 노을을 절경을 앞에 둔 밖 테이블도 만석이다. 만석이고 저녁이고 뭐고 일단 대피소 문간에 들어가 앉는다... 오호... 이게 왠 난방이냐~!!! 문간에도 난방이라니!!!! 요즘 대피소는 참으로 좋구나~~~ 하며 아무데나 앉아서 멍을 때렸다... 우리 자리를 정하고 하는데 뭔 그리 시간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십분 이상을 기다린 끝에 1층 방으로 들어가 드뤄 누웠다... 하.... 좋다 좋아~
체력이 바닥나서 기력이 올라올 때가지 좀 쉬다가 취사장에 사람이 좀 빠지면 나가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마냥 누워있는다... 물티슈로 샤워를 하고서 땀내 나는 옷을 좀 갈아입고 쉰다.. 때마침 담요도 가져다 준다. 4개 시켰는데 5개를 가져다 주심... 땡큐~ 슬슬 음료를 마시며 체온과 기력을 올리고 저녁 만들어 먹을 기운을 짜내어 본다. 그리고 이 시간을 위해 짊어지고 온 모든 것을 쏟아내어 취사실로 고고, 요리를 시작한다... 1차는 봉지라면!! 캐꿀맛,,, 계획상으로는 2봉을 가져가 1봉 저녁, 1봉 담날 아침 이었지만, 한 봉지을 준비함과 동시에 콧등치기 국수처럼 순삭을 해버렸기 때문에 두 봉지를 에피타이저로 끝! 2차는 오리고기와 무쌈... 세상 참 좋아져서 데우기만 하면 끝나는 오리고기를 물에 보글보글 끓여 데워 뜯어놓고 무쌈과 냠냠.. 양도 많아서 절반은 사가지고 온 햇반 3개를 데우고(대피소에서 데워주기까지 한다!!! 오오오!!!) , 스팸을 잘게 볶아 팍팍 넣고 주먹밥을 만들었다.(내일 아침식사 미리 준비함. 훈수아저씨 아이디어) 3차는 푹익은 김치와 등갈비를 푹푹 삶은 등갈비 김치찜.. 캬~~~~ 등갈비를 싹싹 발라먹으며 은은한 쌀쥬스와 보리쥬스로 콜라보를 만들어낸다. 굿굿~ 마지막 4차는 향그읏~한(사실을 쿰쿰한ㅋ) 블루 치즈와 포도쥬~스.. 정리하고 들어와 쭈욱~ 들이기고 정신을 잃었다.(내가 갑자기 옆으로 눕더니 잠들었다고 한다ㅋㅋㅋㅋㅋ) 세상에,,, 생각해보니 진짜,,, 가지고 온 먹거리의 95%를 저녁으로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 3일차-산행2일>
(소청대피소-대청봉 : 1.7km, 50분)
민지의 손길에 으응...? 하며 일어나보니 5시가 넘은 듯...? 벌써 티슈사워까지 마친듯한 민지는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있다.. 언능 일어나 눈꼽만 떼고 썬크림을 바른다. 준비한 두꺼운 옷과 장갑 등등을 겹겹이 입고 배낭을 준비해 밖으로 나간다. 취사실에서 커피를 만들어 컵에 넣었는데,,, 아차... 보온병을 안가져왔구먼.... ㅠㅠ 식어도 어쩌겠나... 그냥 컵에 담아 산행을 시작한다.
아니 이게 왠일...? 5~10분만에 소청 대피소에서 소청봉 올라옴... 이게 어제 그길이었나.....?! 하는 배신감ㅋㅋㅋㅋㅋㅋㅋ 그 뒤로도 코스에 난이도 보통인지 쉬움인지로 표시 되어있을 그 완만한 소청~중청~대청 구간을 4~50분만에 올랐다. 어제와는 다르게 탁 트인 완만한 구릉이라 밝을 때 걸어도 산 위를 걷는 기분이 참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대청봉은 일출을 보기 위해 오른 많은 등산객들이 있다. 재빨리 바다가 잘 보이고 바람이 덜 닿는 바위 구석으로 자리를 잡아 앉아본다. 슬슬 온 몸이 떨리며 추워진다. 이놈의 핫팩은 기능을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모르겠고, 가져온 커피는 이미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되어있다.. 흑... 십여분을 기다려 바다위로 빠끔이 머리를 디미는 해를 바라본다. 구름이 거의 없어서 해가 금방 말금히 나와 눈을 뜰 수가 없다. 썬글라스를 찾아쓰고는 떨리는 손으로 타임랩스를 찍어보았다(넘나 흔들린다ㅋㅋ) 춥지만 증거를 남기기 위해 대청봉 돌입간판 옆에서 부들부들 떨며 사진을 찍고.... 이제는 하산이닷!


(대청봉-오색 : 5km, 4시간 30분)
아아.... 이 구간은... 정말 욕.....이.... 나온다.... 내가 이 길로 올라왔으면 정말정말 욕 백만번 했을 것만 같은 그런 끊임없는 오르막이(나에게는 내리막) 처음부터 끝까지다. 하....몇시에 시작해서 여기까지 벌써 올라온건지 모를 분들과 하산을 시작하자마자 마주친다. 역시 그분들도 얼마나 남았냐는 끊임없는 질문을...ㅋㅋㅋ 여유지게 좀 더 가셔야 한다며 내려 온다. 후달리기 시작하는 다리와 아직 따스해지지 않은 몸 때문에 내리막이 더 힘든 느낌이다. 쪼금 볕이 난 곳에 앉아 어제 만들어 둔 주먹밥을 먹는데 금새 추워진다. 안되겠어서 먹다 말고 다시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만큼이면 이제 다 왔겠지 하는데 이건 어제의 오르막과 비슷한 느낌.... 열심히 왔더니 고작 200미터 전진한 거리라니....ㅠㅠ 초반 급경사 돌계단이 마무리되는 즈음 물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철제 다리가 나타난다. 계곡 저편에서 폭포가 굽이굽이 내려고오 있다... 넘나 아름다운 단풍과 청명한 날씨... 힘들어도 멋지긴 하구료...


다리를 건너 폭포와 계곡을 따라 완만한 오르내리막이 조금 이어지다가 다시 계속 내려가는 철제 계단.... 뭔가 다시 올라가는 느낌으로 작은 곁봉우리를 넘어 다시 시작되는 한없는 내리막 돌계단. 정말 끝도 없을 것만 같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올라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진다... 그저 이 길을 어떻게 끝까지 올라갈까라는 측은한 마음 뿐이다ㅎㅎㅎㅎ 올라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씩씩해지면서 끝에 다다르고 있음을 느낀다. 양쪽에 깊다고 할 수 있는 바위로 이루어진 계곡이 있고 그 사이의 불쑥 튀어나온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거의 평지라고 볼 수 있는 데크가 주우~~욱 이어지더니 하늘이 쏙 나오고 다리가 나온다. 작은 보가 있어 맑고 푸르스름한 물을 한가득 담고 있는 소가 있는 다리 옆을 지나 돌을 가지런하게 박아 정비해 놓은 평지에 다다른다. 그리고 멀리 오색 입구가 보이는 구나~~~ 얼쑤~ 내려오는 내내 다른 지옥을 체험하던 민지는 화장실로 직행ㅋㅋ 장장 4시간여 만에 하산이다..... 국립공원 입구 밖은 참으로 평화롭다.. 따듯한 볕 아래에서 쉬며 옷도 갈아입고 세수도 하고 약간이나마 멀금해져본다.
할일이 없어져서 여유지게 쉬다가 앞에 있는 식당거리로 가본다. 내려올때 주먹밥을 거의 안먹었던 터라 자그마한 커피가게에 자리를 잡아 커피를 주문하고, 남아있는 주먹밥, 귤, 쪼꼴렛 등등을 해치운다. 그리고서는 버스를 타고 양양읍내로 향한다. 읍내에서 목욕탕을 찾아 피로를 풀기로 했는데,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목욕탕 발견!! 가장 큰 탕의 물 온도가 뜨끈~ 하니 참 좋고 탕 속엔 쉬지않고 뿜어나오는 수압폭포가 있어서 양 어깨, 팔, 종아리, 허벅지 근육을 쫘아~~~악 풀기에 안성맞춤이었당~
깨끗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나와 시장쪽으로 가본다. 슬쩍 순대국밥 맛집을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순대를 만들어 파는 곳을 추천해준다. 으음으음 좋아요좋아! 뜨끈한 순대국밥과 순대를 먹고나서 죽도해변으로 향한다. 죽도로 가는 버스는 두 시간 후에나 있다 해서 하조대로 가는 버스를 타고서 하조대에서 바다를 만난다. 바다를 앞에 두고 아침에 내려왔던 대청봉을 돌아보니 붉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완행 시외버스를 타고 인구에서 내려 죽도쪽으로 올라간다. 몇 년 사이에 핫플레이스가 된 죽도는 여름의 기운이 꺾이고 나니 썰렁해져 있다. 그래도 파도 탓인지 아직 서핑을 하려는 사람도 조금 있는 듯 하고, 해변 바로 앞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침대를 잡아 짐을 내려놓고 한 바퀴 둘러보고는 들어가 반주를 하며 하루를 마감한당...
와우! 설악산 종주 끝!!! 잘했쪄잘했쪄, 셀프 칭찬해!
<여행 4일차>
파도가 괜찮은 듯 하여 오전에 서핑 좀 하고, 타코와 나쵸에 맥주를 한 잔 하며 죽도해변과 안녕~~~~~~ 맛집이라는 그 햄버거를 하나 사서 가방에 넣고 죽도에서 인구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가다보니 동해안 일주 자전거길이 있어서 걷기에도 참 좋다. 죽도에서 동산해변으로 넘어가니 거기에도 작은 서핑샾과 게스트 하우스 들이 있다. 음... 여기 분위기도 괜찮네~ 하며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맑고 청명한 가을날을 느낀다. 잔교 해변은 해변 바로 뒤에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었는데, 걷다가 더워져 겉옷을 벗으면서 카메라 놓고 올 뻔ㅋㅋㅋㅋㅋ 빨리 알아차려 뒤돌아 가져와서 참으로 다행....히융~ 걷고 걸어 38 해변과 그 옆 기사문항(역시 서핑샾이 많구나!)을 거쳐 숲길, 도로옆을 지나 하조대에 도착, 목표로 했던 짬뽕집은 수리중이라 아까 사두었던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고, 속초로 향하는 시외버스에 오른다. 민지는 양양에서 내려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고 하는데, 결국 길이 막혀 시골에 못 내려가고 새벽 12시 반에 우리집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는 슬픈 사연이......
모든 것의 우연이 만들어내었던 기가맥혔던 설악산 여행 끝났다!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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