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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 [길 잃기 안내서], 반비 본문
<읽기 시작하기 전 짧은 생각>
길 잃기. 다른 무엇 보다도 내가 못하는 것.
너무나 고맙게도 자연과 장소를 포함한 다양한 것에 관한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실행력도 갖추신 부모님을 둔 덕에 기억 조차 나지 않는 유년시절부터 산으로 들로 이리저리 헤매고 다닐 수 있었던 나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가는 곳이 우리집에서 어느 방향을 거쳐 왔는지, 그 길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머리로 새겨보고는 머릿속으로 지도를 만드는 것이 습관이자 취미였다. 이미 기억이 나는 시점 이후로는 우리집과 주변, 그리고 내 귀엽던 작은 시골도시는 언제 어디서나 공간적인 형태로 머리속에 펼쳐질 수 있을 정도여서 새로 가는 곳의 방향, 길, 건물, 산의 형태 등을 계속 덧붙이기만 더 큰 지도가 만들어지곤 했다. 부모님과 여행 갈 때는 물론이거니와 이후 작은 도시에서 조금 더 큰 도시로 유학을 가게 되었을 때도 말로 혹은 책으로, 티비로, 수업시간에 공부했던 그 공간을 확인하고 내 지도에서 연결시키고 나만의 지도를 확장하는 것이 내 소소한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성향은 모르는 공간을 내가 아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욕구로 이어졌는데 그게 여행을 좋아하게 된 출발점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또한, 처음 가보는 곳이어도 두려움 없이 헤메이며 길은 어디로 가나 다 통해! 라고 외칠 수 있는 자신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여튼 길에 대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은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리저리 이동할 때가 처음이었는데, 어두운 지하 구멍으로 들어가 방향을 인식하기도 전에 이리저리 움직인 후 다시 밝은 구멍으로 나오면 머리 위로 가득한 높은 빌딩들만 보일 뿐 머릿속 지표가 되어줄 산이나 강줄기 등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탓이었다. 얼마간의 혼란스러움을 겪은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자 비로소 거리와 거리가 연결되어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서울도 내 머릿속 지도에 저장되었다.
이후로 처음 가는 도시든 외국으로의 여행이든지 길 잃기는 무엇보다도 내가 못하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길 잃기 안내가 기대되는 것은 길 잃기로 대표되어지는 작가의 함의가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 대한 기대겠지?!
자! 이제 읽어보자!
1. 열린 문
길을 잃는 것, 그것은 관능적인 투항이고, 자신의 품에서 자신을 잃는 것이고 , 세상사를 잊는 것이고, 지금 곁에 있는 것에만 완벽하게 몰입한 나머지 더 멀리 있는 것들은 희미해지는 것이다. 베냐민의 말을 빌리자면 길을 잃는다는 것은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고,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은 불확실성과 미스터리에 머무를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그냥 길을 잃었다get lost는 표현 대신 자신을 잃었다lose oneself는 표현을 쓰는데, 이 표현에는 이 일이 의식적 선택이라는 사실, 스스로 택한 투항이라는 사실, 지리를 매개로 하여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정신 상태라는 사실이 함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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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언제 써놓고, 또 다 읽은 책은 언제 정리하려고 임시저장 목록에만 저장되어 있는지...
좋았던 책의 내용이 기억 안 나면 다시 읽기로 하고 읽기 전 짧은 생각만 그냥 올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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