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7.(금)
Academia, Firenze-Venezia, Italy
늦잠까지 자고선 일어나 아침을 먹고 10시 반쯤 숙소를 나서서 아직 들어가보지 않은 두오모 내부를 보려고 줄을 섰다. 얼마간 기다린 후 입장을 했는데 내부가 매우 단순하고 얌전하다. 쿠폴라를 올라갈 때 가까이에서 본 최후의 심판이 돔의 천장화로 그려져 있고 양쪽 벽면에 무덤으로 보이는 그림들 만 몇 개가 있었다. 반면에 바닥은 기하학 적인 무늬가 반복되는 여러 색의 모자이크로 꾸며져 있다. 층고가 매우 높고 단층이라 거대하고 비오있는 느낌이 크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들어온다 해도 이 썰렁함을 채울수는 없을 것 같다. 지하를 구경하고 바람이 제법 부는 밖으로 나와 단테의 집을 찾아보지만 실패하고 아카데미아로 향한다. 가는 길에 다빈치 박물관도 있었는데 기념품 가게만 들어가보고는 다시 밖으로… 아카데미아 박물관에도 줄이 있어서 얼마간 기다린 후 표를 사서 입장했다. 기독교적 그림들이 또 많~~~이 있어서 차근차근 보는데 보티첼리가 있네! 아… 역시 너무 우아해.. 세상 섹시한 세례자 요한도 발견♡ 저 그림이 인쇄된 엽서라도 있으면 사겠어!!(없었…) 그리고 이어진 여러 전시방들.. 악기와 관련한 방도 있었고 바르톨리니의 조각방도 있었지만 뭐 아카데미아의 단연 으뜸은 미켈란젤로지.. 미켈란젤로의 다른 다섯개의 작품너머 큰 아치 아래 다비드가 서있다. 탄탄한 몸매와 울끈불끈 핏줄… 거대한 손과 발… 흐음… 멋지네… 오늘 볼 건 다 보았구먼…
중앙 시장 근처라 곱창버거에 도전해보러 간다. 이제껏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건물 옆이네?? 들어가보니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상점들의 문이 꽤 닫혀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다. 어디가 곱창버거 집인고?? 하고 한 바퀴 돌다가 길게 줄 서있는 집을 발견! 재빨리 줄을 서서 무엇을 시켜야 하는지 검색을 해본다. 람쁘레도또(곱창)와 볼리또(수육)를 시키면 되겠구먼.. 그런데 바로 앞에서 버거빵(빠니노)는 끝났다며 작은 빵만 남았단다. 오왕 양이 많지 않으면 더 좋지 ㅋㅋㅋ 곱창버거와 수육버거, 와인 한 잔을 시켜 먹기 시작! 부드럽고 육즙 가득한 고소한 고기의 맛이다. 엄마가 먹은 버거 속 수육도 부들부들부들 촉촉촉… 빨간 소스가 약간 매콤하게 해줘서 느끼하지 않은 듯.. 아 그리고 하우스 와인인 듯한 레드와인도 맛이 좋았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이젠 차를 타고 산 지미냐노나 가볼까 하며 숙소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현지 번호라 계속 안받다가 몇 번이 와서 받아봤더니…. 에어비엔비팀이었다.. 나 오늘 체크 아웃인데 어떻게 된 거냐며… 오늘…은… 금요일… 나 토요일날 떠나는 거 아니었어?? 하다가 날짜를 보니 27일은 토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이었다..!! 헐…헐…헐!!!! 오늘 아침에 차도 반납하고 체크아웃도 하고 베네치아 가는 기차를 탔어야 하는데 이렇게 유유자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태를 깨닫고 빨리 방빼겠다고 전화를 끊고서는 1. 숙소로 가서 널려있는 짐을 삼십분만에 싸고 2. 주차장의 차를 빼어 주차비 계산을 끝내고 숙소로 와서 짐을 싣고 3.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운 후 4. 역 앞으로 가서 짐을 내리고 5. 차를 반납하고 6. 차 늦게 반납 어떻게 되는 건지 확인하고 7. 베니스 가는 가장 빠는 기차표를 사고 8. 베네치아의 숙소에 늦게 도착한다고 연락한 후 짐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로 돌아왔다. 어휴… 어제 밤에 차사고가 나고 뭔가 이상한 꿈을 꾼 듯 했는데 복선이었니??!?! 휴우…. 무튼 지금은 베네치아 가는 기차를 타서은 정신줄을 부여잡고 기록을 먼저 해본다. 혼이 쏙 빠졌네?!